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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Baeminteacher

인헌고 사태의 본질적 문제


내가 있는 학교에선 교무실들이 작은 규모로 나뉘어져 있는데, 수업이 없을 때엔 일부 교사들을 중심으로 정치 이슈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펼치는 모습을 본다. 그 결과 본의 아니게 교무실에서 일과시간 중에 정치 얘기를 종종 들으면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학교 교사들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물론, 나는 학교에서 내 정치적 의견을 밝히지는 않는다.


상반된 시각을 가진 사람들 간의 정치적 이슈에 대한 대화는 논쟁으로 발전하기 쉽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정치이슈에 대해 시비를 가리는 대화는 자연히 정치적 성향을 띤 각각의 미디어들의 기사에 바탕을 둘 수밖에 없어 상대편의 의견을 수긍하기 힘들다. 또한 교무실에서 그런 정치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학생들이 빈번히 출입하는 공간임을 감안하면 자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좌파적 성향이 우세한 학계와 교육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너무나 당연하게도 내가 있는 작은 교무실에서 시장경제주의자이자 개인주의자인 (따라서 우파적 사회 시각을 가지는)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 교사는 거의 없을 거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보는 시각이 다르면 현상을 전혀 다르게 이해한다. 며칠 전에도 학교의 어떤 교사가 부동산 가격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보았다. 서울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현실에 대해 그 교사는 '인간의 탐욕은 정말 끝이 없다'는 한탄을 하고 있었다. 그는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그렇게 치솟는 것은 인간의 잘못된 탐욕 때문으로 보는 듯했다.


그 교사와 같은 많은 한국 사람들을 볼 때면 드는 흥미로운 점은 많은 한국 사람들은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사는 사람보다 자신이 더 정의롭고 덜 탐욕스러운 사람으로 믿고 있는 듯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런 믿음은 근거가 있을까?


사실 나는 그 누구도 강남의 고가 아파트 거주민 보다 더 정의롭다거나 덜 탐욕스러운 사람이라고 절대 생각할 수 없다. 시장 자율과 경쟁의 원칙을 중시하는 우파의 사회적 시각에 대해 일반 대중은 흔히 이성적으로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우선 감정적으로 불쾌하게 여긴다.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며 인기있는 명품 대학에 강남 지역 학생 진학율이 높은 것을 불공정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고가의 아파트들을 높은 값을 지불하고 사는 사람들을 탐욕스러운 사람 혹은 그런 부동산 시장을 탐욕스러운 제도로 바라보는 것은 실제로는 허상에 근거한 감정적 시각이다.


'탐욕스러운 인간'은 실체 없는 이미지이며 일종의 타인에 대한 인격재판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동화적 시각의 반영이다.* 우리 중에 그 누가 탐욕스러운 인간을 한 명 지적해서 데려와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부동산 시장이 탐욕스러운 제도인가? 그럼 정부가 일률적으로 공급하는 계획경제 시스템은 탐욕스럽지 않은 제도일까? 의료와 함께 대표적인 공공영역에 해당하는 교육의 예를 보면, 학교에서도 학년 초마다 교사들 간에는 업무 분장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진다. 같은 월급을 받는다면 한시간이라도 적은 수업 시수를 배정받기 위해 나름 '경쟁'하는 모습인 것이다.


과연 더 많은 수익을 바라며 자신의 돈과 에너지를 기꺼이 투자하고자 하는 탐욕과, 타인의 땀과 노력에 무임승차하여 편하게 살고자 하는 탐욕, 둘 중 어느 쪽이 더 파괴적인 탐욕일까.


개인만 놓고 보면 전자는 주위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는 대가로 주위의 시기를 받으며, 자칭 '사회적 정의'에 민감한 깨시민들의 날 선 비판의 대상이 된다. 반면 후자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짜증을 내긴 하면서도, (특히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흔히 눈감아 주고 그려러니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전자가 더 심각한 증오의 대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두 탐욕 중에서 굳이 선택하라면 나는 후자가 전자보다 훨씬 더 파괴적인 탐욕이라고 본다. 좀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면, 전자는 효용의 증가를 이끌어내지만 (가령 고가의 아파트를 매도한 쪽에서는 그 돈으로 다른 경제부분에 소비와 투자를 하게 되며, 그 소비와 투자는 또 다른 부의 창출로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후자는 사회 전체의 생산성의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소득 수준의 하락으로 이어져서 사회 전체의 효용이 감소한다.


감정을 내려놓고 냉정히 논리적으로 따져 보면 A가 고가의 부동산을 산 것과 집 장만이 요원한 B의 처지는 사실 관계없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부동산의 가격이 결정된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가 분노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 가격이 교란되고 거품이 껴서 수요공급 원리가 엄격하게 작동하지 않는 이유도 알고 보면, 전자 (더 많은 수익을 바라는 탐욕)를 내버려두어서는 안된다는 정부의 (세금을 통한) 성급한 개입과 규제로 인한 시장 왜곡, 그리고 후자 (무임승차를 바라는 탐욕)의 개인들로 인해 누수 되고 있는 비대한 공공부문 경제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정부의 무리한 확대 재정 정책에 기인한다.


더 나아가 애초에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펼친 저금리 정책과 통화 팽창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버블을 형성시키고 화폐가치를 하락(시킴으로써 착시적인 부동산 시장가격 상승을 초래)시킨 장본인은 정부이지 시장에서의 탐욕스러운 개인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의 인위적이고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초래된 '정부실패'를 다시 똑같이 인위적이고 근시안적인 (그러면서도 마치 정의로운 해결사 마냥 나서는) 대응책으로 접근하는 정부의 오만과 독선에 대해 한국사회는 무관심해 보인다.


같은 원리로 바라볼 때,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수시 대입전형과 관련하여, 고교 생활기록부의 가치를 떨어뜨린 책임은 그 누구보다 교사에게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는 거의 정확하게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망쳐 놓은 원리와 같다. 탐욕스러운 개인들 때문에 '서민'이 집을 못 살까봐 어버이처럼 시장에 간섭하는 정부와 마찬가지의 역할을 전국의 고교 교사들이 경쟁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고등학교 교무실에서는, 학생의 품성을 교사들 자신의 시각으로 평가하여 '저 학생은 정말 괜찮은 학생'이니 '꼭 붙어야 하는데'라고 걱정하는 교사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내신 성적이 좋고 비교과 스펙이 우수한 학생은 그 반의, 그리고 그 학교의, 소위 대입 성과를 높이는데 소중한 '자원'이며, 담임교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 학생은 우리 반의 에이스'라며 자랑스러워한다. 교사들은 노심초사 자신의 반, 자신의 학교 학생들을 명품 대학교에 보내기 위해 두 발로 직접 뛰며, 학부모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돌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것이 정말 고등학교 교사의 제대로 된 책무일까.

별생각 없이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는 위의 행동들로 인해, 고교 교사들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대한민국의 학력시장 (구매자로서의 학생들과 졸업장의 판매자인 대학교가 서로의 가치를 확인하고 서로를 선택하는 시장 거래)에 개입함으로써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노력을 왜곡시키며, 그로 인해 많은 이가 주목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초래되는 부작용 (학교와 교사에게 이쁨 받지 못한 학생들은 소리없이 외면 받고 불이익을 당하는)에 일정 기여한다.


즉, 버블을 초래하고 화폐가치를 떨어뜨려 오히려 열심히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정부가 결과적으로 무너뜨리는 것처럼, 정작 내신 성적은 낮고 이렇다할 비교과 활동은 없어도 말없이 조용히 자신의 할 일을 하며 묵묵히 공부를 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의 꿈을 (수시 전형에서 인기있는 학교에 합격할 확률이 높은 일부 학생들에 대한 편애와 맞춤 친절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일선 교사들이 의도했건 아니었건 간에 결과적으로 무너뜨리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치열하게 돈을 벌거나 임금을 지급해본 경험이 없는 교사들은 사회적 현상에 대해 ' 탐욕'을 논하며 정의의 편에 선 사도 마냥 자신의 '고견'을 펼치기 쉽다. 그 의견들은 일견 따뜻한 인간애와 정의감에서 우러나온 듯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얘기하자면, 그 의견들은 대부분 사회문제를 바라봄에 있어서 못 가진 자를 정의의 편에, 많이 가진 자를 탐욕의 편에 등치 시키는 전형적인 사회주의적 시각에 바탕을 둔다. 사실 이는 한국 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교육계와 학계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긴 하다.


문제는 부동산을 예로 든 위의 사례처럼 대한민국의 많은 교사들은 자신들의 시각이 이러한 좌파적 사회시각에 쏠려 있다는 점조차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신은 사회주의자가 아니라며, 좌파라고 불리기도 좋아하지 않는 교사들을 많이 봤다. 단지 자신은 부패한 권력 집단을 비판하는 것이며 서민이 모두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꾼다고 소박하게 자신의 무지를 포장한다. 그러면서 오늘도 학교에서 열심히 수시 입시에 잠재성이 높은 자원들에게 특별 관심을 쏟고 있다.


서양에 비하면, 시장경제를 떠받치는 개인의 사적 재산권 및 계약체결의 자유 등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민법적 사회시각이 한국사회에는 아직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그 결과 우파적, 보수적 시각이 존중받을 수 있는 공간이 너무나 협소하다. 따뜻한 인간애의 외피로 포장된 좌파적 시각은 올바르고 순수한 사고이며, 대화가 안 통하는 보수의 이미지로 낙인 된 우파적 시각은 위험한 '정치적' 사고로 이분화 된 사고의 프레임 속에 교사 자신들도 모르게 갇혀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최근 인헌고 사태를 바라보며 든 생각이다. 과연 한국에서 학생들에게 그러한 정치적 시각을 강요 까지는 아니더라도 너무나 당연한 기본 전제로 깔고 수업을 하는 교사들이 인헌고에만 있을까? 많은 인터넷 강의 그리고 TV에 나오는 역사 강사나 교수들도 자신들의 이분화된 사고의 프레임을 알게 모르게 대중에게 공유시키려는 시도를 많이 본다.


최근의 인헌고 사태는 한국 사회의 주류가 되고 있는 하나의 사회적 시각이 교사라는 특정 직업군의 사고구조를 장악해온 현실의 한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각하고 느끼도록 만들어져 있는 구조 (frame) 안에서 생각하고 느낀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최소한 자신이 어떠한 프레임 안에서 사고하고 있는지, 혹은 그 프레임을 자신이 왜 선택했는지 자기자신에게 질문해야 하고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 탐욕과 관련해서, 시카고학파 경제학자 Milton Friedman 이 1979년에 자신의 경제적 시각에 대한 대담 중 얘기했던 꽤 유명한 발언을 옮겨본다. 아래는 그 인터뷰의 일부를 보여주는 비디오 클립이다.




Milton Friedman on Phil Donahue Show, 1979


Phil: When you see around the globe the maldistribution of wealth, ... when you see the greed and the concentration of power, did you ever have a moment of doubt about capitalism, and whether greed is a good idea to run on?


Friedman: First of all, tell me some society you know that doesn't run on greed. Do you think Russia doesn't run on greed? Do you think China doesn't run on greed? What is greed? Of course, none of us is greedy. Only the other fellows are greedy. (laughing sound from the audience) ...


...

Phil: It (capitalism) seems to reward not virtue as much as ability to manipulate the system.


Friedman: What does reward virtue? Do you think the communist commissioner reward virtue? ... Do you think American president reward virtue? Do they choose their appointees on the basis of the virtue of the people appointed or on the basis of their political cloud? ... I think you're taking a lot of things for granted. Would you tell me where in the world you find these angels who are going to organise society for us. I don't even trust you to do that.










제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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