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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Baeminteacher

감기가 팬데믹이 된 세상



* 며칠 전 적었던 블로그 글 <5초의 기적>을 수정 보완하여 작성한 기고글입니다.



사진: from <연합뉴스>



며칠 전 오미크론이라는 코비드-19 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이가 언론 매체를 타고 대중에 다시 한번 공포를 주입시키고 있다. 언제부터 우리가 걸려봐야 무증상이거나 자가 완치율이 99%를 넘어가는 바이러스의 변이 현상에 이렇게 공포에 떨어야 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걸까?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하지만 아무도 의문을 달지 않고 그저 지시하는 데로, 명령하는 데로 마스크를 쓰고 묵묵히 입 닫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로 한국인들은 국가가 개인의 행복을, 개인의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왜 한국 사회는 자신의 건강에 관련된 문제인데 이렇게 국가만 쳐다보며 살게 된 것일까?


결국에는 건강에 관한 문제도 철학에 좌우된다. 어느 사회나, 어느 개인이나 그렇다. 현대의학의 성립은 19세기 후반 파스퇴르와 코흐에 의해 확립되어간 세균 병원설을 주된 토대로 하였다. 모든 생명 현상을 세포나 분자 수준으로 분절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코로나와 관련해서 애당초 많은 감염내과 전문의들과 역학(epidemiology) 전문가들의 주장은 지극히 환원론적(reductionist) 현대 의학에 충실하게 바이러스 감염 문제를 다루었다.


이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감염 질환에 대한 미생물학적 이해와 면역학적 이해에 있어서 하나의 큰 문제를 가지는데, 그것은 인간의 생리적, 병리적 현상에 대해 총체적으로 사고하는 시각, 즉 전체론적(holistic) 시각이 결여 되어 있다. 그 결과 잘해봐야 감염(infection)이라는 하나의 현상에만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중요한 것은 인간이 생존과 건강의 유지이지 특정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느냐 아니냐의 여부가 아니다. 한마디로 말해, 감기에 걸린다고 건강을 잃는 것은 아니다. 면역이 저하되면 건강을 잃는 것이다.


기저질환자나 노인처럼 면역 기능이 손상되거나 약화된 사람들이 독감이나 폐렴과 같은 호흡기 질환으로 흔히 사망하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가령 현대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멀리 로마 시대에도 겨울철 사망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호흡기 감염은 대부분 노인층에 발생했다. 노인과 기저 질환자들은 호흡기 감염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감염 질환으로 치명적인 위급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항존한다. 괜히 고혈압이나 당뇨가 무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인간의 몸에서 먹을 때와 말할 때에 주로 개방되는 식도와 소화계 기관과 비교해서도, 기도(air way)와 호흡계 기관은 외부에 24시간 늘 노출되어 있는, 우리 몸에서 가장 열려 있는 기관(open system)이다. 실제로 기도를 통해 외부 환경에 수없이 존재하는 미생물(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이 언제든 몸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체계를 가진 것이 우리 몸의 기본 구조이다. 인간의 몸은 닫힌 계(closed system)가 아니다.


그 결과 수백만년의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인간의 기도 점막은 인간의 신체 그 어떤 부위보다도 면역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따라서 감염을 미생물이 침투하는 숙주의 면역을 생각하지 않고 침투하는 미생물을 규명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는 현재 주류 방역 정책은 매우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인간의 자연 면역 (natural immunity)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감염 질환에 대해 분절적, 환원론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실패와 치명적인 부작용을 필연적으로 동반할 수밖에 없다.


또한 사회적인 차원에서 볼 때, 이러한 감염 질환에 대한 방역이 건강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을 압도하는 상황은 매우 근시안적인 정책을 초래한다. 실제로 감염 질환 자체로 인한 (미생물의 높은 병독성 자체가 사망 주원인이 되는) 사망은 현대 선진국 사회에서는 극히 드물다. 그보다 훨씬 더 사망의 주원인으로 흔한 질병은 바로 혈관계 질환이나 암이며 그 심각성에 있어서도 감염 질환 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보통 우리가 '건강 유지'를 떠올릴 때 목표로 삼는 것은 '지금'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노인이 되었을 때 (가뜩이나 약해진 면역체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기저 질환에 걸리지 않는 것이 되어야 한다. 사실 그러한 성인병들에 대한 예방법은 (물론 현대 의학적 수준에서 우리가 그 원인을 모두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하다. 건강하게 먹고, 충분히 자고, 최대한 몸을 많이 움직이는 등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들이며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다.


19세기 중반 영국 전역에서 출판계의 베스트셀러가 된 책 중 하나는 1859년 출간된 ‘Self-help(자조)’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사무엘 스마일스 (Samuel Smiles: 1812 - 1904)라는 잉글랜드의 의사 출신이었던 저자가 쓴 이 책은 역사적으로도 ‘영국 빅토리아 시대 자유주의의 경전’으로 기억되고 있다. 비록 스마일스의 책는 의학 서적은 아니었지만, 18세기부터 전 유럽에서 가장 개인의 자유가 안전하게 보장되었던 나라인 영국에서 의사들 또한 개인의 건강에 대한 자기 책임(self-responsibility for health)을 강조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한 관점에 선 의학 이론이나 사상이 번성했던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하지만, 면역력을 높이려고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건강하지 못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은 어쩔 수 없이 건강을 상실하게 될 위험이 높다. 가령 암의 예방을 위해서는 (물리화학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최대한 피하는 것이 중요한데, 스트레스를 가하는 환경 속에 살고 있는 개인들은 어쩔 수 없이 보다 이른 나이에 암에 걸리게 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가령 한국 사회처럼 상호 존중의 시각이 결여된 수직적인 인간관, 억압적이고 배타적인 집단주의 정서 등은 사회 구성원 개인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높인다.


물질적 환경 역시 마찬가지이다. 보행자의 편의보다 자동차의 편의를 우선시하는 도로교통 체계, 녹지와 숲의 중요성에 대한 철저한 사회적 무관심, 계단을 대신하여 불필요하게 많이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등 장기적인 건강보다 근시안적 편리를 추구하는 사례들은 도시에서 너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도대체 우리가 지금 관심을 기울이고 신경을 써야 할 곳이 어디인가? 고작 감기와 유사한, 기도 점막에 들어왔다가 정상적인 면역 반응에 의해 대부분 사멸되는 코비드-19 바이러스 따위에 걸리면 안된다고 매일 마스크를 쓰고 소독약을 뿌려대며 미생물 혐오자로 살아가고 싶은 것인가?


사람들은 '우리'는 문제 없다고 믿으려 하는 경향이 강하다. 언제나 문제는 '그들', 즉 우리 밖에 있는, 우리를 이해해주지 않고 우리의 욕심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외부의 적, 가령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문제라고 생각들을 한다. 하지만 결국 우리의 건강을 유지해 나가기 위한 가장 큰 책임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 방역 정책의 근본 문제는 코비드-19 감염은 그저 감기에 지나지 않는다(COVID-19 is just a type of common cold)는 사실을 받이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개인들은 면역력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사회는 그 구성원들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물질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기 위한 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정치인이 표를 얻기 위해 말하는 '행복 추구권'이나 ‘건강 추구권’이 아닌, 진정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 건강을 유지해 나가려면 정치인들 따위에 기댈 것이 아니라 개인의 각성과 사회적 지성의 향상이 요구된다. 결국 철학 없는 사회는 건강하기 힘들며 행복하기 힘들다. 철학을 모르는 개인이 건강하기 힘들고 행복하기 힘든 것처럼.






FN투데이 칼럼 기고



승인: 2021.11.29 23:47

제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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