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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eminteacher

개인주의와 시장의 본질


최종 업데이트: 2021.11.24






독립된 개인으로서의 인격적 완성은 시장에서의 선택 행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는 두 가지 점을 통해 이해될 수 있다.


첫째, 시장에서의 선택은 비용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듦으로써 우리 자신이 어떤 욕망을 가진 존재인지에 대한 본질을 자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의심스러운 타인의 욕망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존중하게 만든다.


둘째, 시장에서의 개인은 주체이자 객체로서 동시에 존재한다. 선택을 함과 동시에 선택을 받아야만 교환이 성사되는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경험은 우리 자신에게 객관적인 시각과 겸손함을 받아들이게 한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시장(the market)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돈을 매개로 상품을 사고 파는 좁은 의미의 개념은 아니다. 이른바 생물학적 시장(biological market)이란 인간사회의 다양한 시장들 (상품시장, 노동 시장, 지식 시장, 학력 시장 등)을 관통하는 본질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다.


그 주된 특징은 참가자들이 타인과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선택하는 경쟁 과정 속에서 서로의 욕망을 성공적으로 교환하고 실현하게 된다는 점이다. 시장의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개인과 집단 간의 권력의 차이에 기반을 둔 지시와 복종이 인간 사회의 집단적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주된 원리가 된다.


특히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은 생각의 시장, 즉 지식 시장 (intellectual market)이었다. 인류는 이 시장을 통해 혁신을 이루고 진보해 왔는데, 이 시장의 발달에 절대적인 조건이 바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철저한 보장이다. 근대 유럽 정치사에서 영국의 정치 사상의 발전은 이러한 자유주의의 발전을 가장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책 속으로:


개인주의 역시 1870년대 경제학의 한계 혁명에 의해 비로소 새로운 장을 맞이하게 되었다. p 44


한계 효용 이론을 바탕으로 한 경제적 시각에서 보면 시장은 철저히 개인주의의 작동 원리로 움직여지는 공간이다. 한계 효용에 기반한 상품 가치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교환하는 데에 합의한 가격으로 표시된다. ... 이러한 가치의 결정 과정이 일어나는 곳으로서의 시장은 더이상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즉 한 개인의 선호와 욕망이 타인의 그것과 경쟁을 하고 선택을 받음으로써, 결과적으로 무수한 개인들 간의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공간이다. 시장은 개인주의의 사회적 실험 공간인 것이다. p 45


특히 인류 역사적 측면에서 개인주의의 발달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시장이 있다. 바로 지식 시장 혹은 사고의 시장(the market of intelligence)이다. 생각을 하는 고등생물로서의 인간이 가지는 가장 독특한 생물학적 시장인 이 시장은 생각의 자유, 즉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에서 만개한다. p 64


여기서 중요한 점은, 생물학적 시장에는 수많은 인간이 참가하게 되는데 개개의 인간이 가지는 다양한 태도나 전략들이 모여 전체적인 수준에서 볼 때 그러한 각 개인들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독특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앞서 말한 창발성에 해당하는 생물학적 시장의 특성이기도 하다. p 65


로크에 따르면, 사실상 내가 살아온 '경험'이 곧 나이다. 나는 과거의 기억들, 즉 추억, 시련, 환희, 절망 등의 내 개인적 경험을 통해 나 자신과 내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관념을 머리 속에 가지게 되는데, 이렇게 형성된 머리 속의 관념 자체가 바로 나 자신인 것이다. p 89


칸트는 인간이 이기심을 버리지 못하는 존재임을 수긍하면서도, 타인을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인식하는 이기적인 태도는 결국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데에 있어서도 궁극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음을 이성적으로 논중하고자 했다. 이른바 실천이성에 관한 그의 이러한 생각은 정언 명령으로 알려진 크게 두 개의 결론으로 요약된다. '보편적인 법칙에 근거한 행동의 준칙을 가질 것', 그리고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할 것'이 그것이다. p 93


이 같은 칸트의 정언 명령이 반영하듯, 18세기 후반 당시 확대되어 나가던 도시적 상황 속에 유럽인들은 이전과 다른 성격의 사회적 관계 혹은 상호의존 가능성을 도시 생활 속에서 탐색해 나가고 있었다. 대체로 이들은 합리적 이성으로 무장한 자기 목적적인 존재로서 생활의 사유화를 추구해 나갔다. p 94


그리고 이 과정에서, 즉 짐멜이 말했던 17, 18세기의 '평등한 개인'이 강조되는 양적 개인주의 시대에서 19세기의 '개인의 특수성'이 강조되는 질적 개인주의 시대로의 이행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요인은 다름 아닌 18세기 후반의 낭만주의였다. p 96


사회주의자이자 당대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학자였던 뒤르켐은 개인주의는 ... 어떤 의미에서 사회주의적 요소를 포함하며, 그리하여 개인 간의 연대와 공감을 통해 국가의 도덕적 일체감에 봉사하는 믿음의 체계라고 개인주의를 규정하였다. 이러한 관념적 도덕론에 가까운 사회주의자들의 주장은 종종 19세기 민주주의적 개인주의라고 부르는 하나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 서 있던 많은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자들에 의해 이러한 시각은 당연하게도 반박되었다. ... 실제로 개인주의에 대한 혐오가 사상적 공격의 차원을 뛰어 넘어 다음 세기에 가서 '전체주의'라고 불리는 집단주의적 체제에 의한 탄압으로 나아가는데 있어 가장 크게 기여한 사상 중 하나도 맑시즘(Marxism)이었다. p 99


가령 1920년대에 나치는 반자유주의, 반개인주의에 입각해 제1차 세계대전 패전 후의 암울한 사회적 정서를 파고든 집단주의적 선동 전략을 활용했었다. ... 나치의 본질은 결국 개인주의와 시장 자유주의에 대항하는, 그래서 매우 비슷한 성격을 공유하는 공산주의와 정치적 목적에서 라이벌 관계에 있었던 것이다. 단지 소련 공산당은 자본가를 말살하고자 했다면 나치는 전쟁의 재원을 위해 자본가를 이용, 착취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p 101


관념론적 차원이 아닌 경제적 소유권을 바탕으로 개인주의가 발달하였던 이러한 특성은 18세기에 이미 영국을 유럽에서 가장 개인의 자유가 안전하게 보장되는 국가로 만들었다. ... 그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권리뿐 아니라 정신적 권리, 즉 자유로운 의견과 사상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법적으로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을 수 있는 권리 등을 요구했다. 이는 자연스레 도서출판의 검열 폐지 그리고 왕권의 제약을 동반하는 입헌 체제를 초래하였다. p 120


영리 기관이든 비영리 기관이든, 국왕으로부터 자체적인 챠터를 허가 받은 기관들이 독자적인 정체성 및 전통의 수립 그리고 재정적 자립을 추구하는 모습은 영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나타났다. p 121


전체 인민의 다수결로 표현되는 '일반의지'만이 합당한 권력 행사의 유일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루소의 낭만주의적, 민주주의적 정치관에 고무된 프랑스 혁명기의 많은 사상가들은 모든 인민의 평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p 123


자신의 욕망과 자신의 인생을 위해 내리는 여러 결정, 즉 사회 경제적 행위의 선택에 그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가치 부여가 기회 비용의 형태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p 133


선택은 비용, 즉 자신이 소유한 것 중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함을 의미한다는 사실은 인간은 선택을 통해 보다 자신의 욕망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게 됨을 의미한다. p 139


결국 개인이 어떤 대상에 부여하는 가치에는 그 개인의 세계관, 인간관 등이 투영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본질은 주체와 대상 혹은 구매자와 판매자 상호 간의 존재론적 의미 부여라 할 수 있다. p 143


현대 민주주의는 20세기 냉전체제 하에서 특히 자유진영 국가의 정치 학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그 개념이 발전해왔으며 많은 자유주의적 가치를 포함하게 되면서 그 의미가 확대되었다. p 153


민주주의는 보다 다수인 편이 자신들의 힘을 행사하는 집단주의 전략이 지배하는 인간 정치 행위의 속성이다. ... 자유주의 정치 사상과 거리가 멀었던 전체주의나 사회주의 국가들 역시 20세기 내내 자신들이 민주주의 정치를 하고 있음을 웅변하였던 것은 당연했다. p 154


이렇듯 대중은 단일화되어 보여도 서로 다른 생각과 목적을 가진 개인들이 그저 자신의 편익을 위해, 피곤해지지 않기 위해 무리를 형성한 실체 없는 이름일 뿐이다. p 165


대중이 선하거나 지적이거나 도덕적일 수는 없다. 개인이 선하거나 지적이거나 도덕적일 수 있을 뿐이다. p 166


시장에서의 개인들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경제적 현상의 '의도'를 국가가 '판단'할 수 있고 또 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 시장에서의 경제적 선택을 행하는 개인들에 대한 국가의 인격재판은 (의도와 관계 없이) 개인의 정치적, 사상적 자유를 쉽게 침해할 수 있게 된다. p 182


개인의 사적 권리에 대한 자각 및 사적 자치에 대한 인식은 이전의 조선이나 대한제국 시절과는 다른 조선총독부의 행정 체제를 통하여 더욱 확실히 자리 잡힐 수 있었다. p 192


어떤 측면에서는 한국의 독립 운동가들의 인식은 그러한 20세기 전반기의 세계사적 집단주의 사조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었다. p 195


한국의 학력시장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구매자 보다는 판매자에게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구매자인 학생 입장에서는 국가 주도의 지식 시장 팽창 과정에서 협력한 판매자인 대학들의 서열 구조가 여전히 건재하는 상황에서 자유롭게 A대학을 선택하거나 B대학을 선택할 자유는 이론적으로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p 212


의료를 시장의 원리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것과 의료시장의 원리를 무시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한국의 공공의료적 성격을 의료 영역 안에서 건실하게 지켜나가기 위해서도 정부에 의한 무원칙한 (정치적 목적에 휘둘린) 의료시장 개입은 경계될 필요가 있다. p 221


최근에 와서 행복 추구권은 그 개념적 애매모호성에도 불구하고 보편 복지정책의 확대를 위한 명분으로 부단히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정작 개인의 재산권과 같은 본질적인 권리의 인식은 아직 전근대적, 물질적 차원에 머물러 있다. 가령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방역 정책의 일환인 마스크 강제 착용에 대한 사회적 반발이 심했는데, 한국에서는 그러한 모습이 왜 나타나지 않았을까? 개인이 (인간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자유롭게 숨쉴 수 있는 권리를 침해 당하면서도, 경제적 손해와 같은 물질적 권리의 침해가 일어나지 않으니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클 것이다. p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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