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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Baeminteacher

특별했던 1학기




On my computer, 2020



교육부에서 시행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특수 학사일정으로 인해 올해 1학기는 여느 해와는 다른 특별한 학기를 보내게 되었다.


내가 있는 학교는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을 위한 인터넷 플랫폼으로 Google Classroom을 사용했고, 나도 이번 학기 내가 가르치게 된 학생들과 Google Classroom을 통해 수업을 했다.


매년 그랬듯이 올해도 나는 역사 수업의 수행평가로 학생들이 탐구 발표를 시행하도록 했다.


내가 하는 수행평가 방식은 개인 발표로서 모든 학생이 각자 교과서에서 자신이 탐구 발표하고 싶은 주제(교과서에서 소단원을 구성하는 여러 주제 중 한 주제에 해당)를 학기초에 선택하게 한 다음, 확정된 주제 리스트에 근거하여 내가 수업을 진도나가는 것에 맞추어 순서대로 학생들이 한 명씩 발표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 수행평가 방식을 나는 교사를 처음 시작했던 연도부터 (내가 자유롭게 수행평가 계획을 세울 수 있는 해에는 항상) 시행해왔다.


올해 1학기는 온라인으로 먼저 개학을 했고 이후에 온라인 수업 주간과 교실 수업 주간이 교대로 학사일정이 편성된 관계로 (내가 수업을 맡은 1학년 학생들은 격주로 등교) 나는 수업의 중심을 온라인에 두었다.


그래서 진도는 온라인 수업으로만 나갔고 교실 수업 주간에는 학생들의 수행평가, 즉 탐구 발표를 주로 진행하였다.


그리고 교실 수업 시간 중 탐구 발표 중에 혹은 남는 시간에는 자유로운 토론과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서 생각난 질문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학생들은 교실에서는 눈치를 심하게 보면서 자신이 궁금한 주제에 대해 질문을 하길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대신 Google Classroom 상의 수업 게시판에 비공개 댓글로 자신들의 질문을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학생들의 질문과 나의 답변들을 묶어서 중간고사 전 한번과 기말고사 전 한번, 총 2회 Q&A 자료로 Google Classroom에 게시하였다.


의외로 비공개로 댓글을 단 질문들 중에는 제법 심오한 (단순 지식에 대한 물음이 아닌) 사고형 질문도 많았다.

온라인 학습은 요즘의 학생들에겐 매우 친숙한 것이었고 올해 처음 학교 수업을 온라인으로 시행하면서 과거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학생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새로이 알게 된 셈이었다.


아래에 소개하는 2개의 글은:

첫번째는 이번 학기 학생들과 내가 나눈 질의 답변 내용 중 내가 고른 Best 3이다.

그리고 그 아래 두번째 글은 나의 시험문제 출제 방식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글이다. 원래 매년 첫번째 시험 전후로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말로 설명한 내용이었지만, 올해는 그간의 내 생각을 정리하여 글로 써서 Google Classroom 교과 게시판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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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글: Q&A Best 3


First.

학생)

선생님 안녕하세요! 동영상 보고 공부하다가 궁금해져서 질문 남겨요.

세종의 유교 정치 실현에서 훈민정음 창제가 있던데 훈민정음 창체가 어떤 면에서 유교 정치

실현이라고 할 수 있나요? 특히 훈민정음 공개 이후 집현전 학자들의 반대가 심했다는 점을

보면.. 유교 정치 실현과 훈민정음 창제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궁금해요.

교사)

좋은 질문이네요. 딱히 훈민정음 때문에라기 보다는 세종대의 정치가 왕도정치와 민본사상이라는 유교정치의

이상에 충실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민본사상은 훈민정음 서문에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학계의 이견으로는 훈민정음은 사실상 당시 명의 북경 한자 발음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한

표음문자의 창안일 뿐이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비슷한 예로 여진과 거란, 일본 역시 (조선보다

먼저) 자신들의 문자를 만들어 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학자들은 훈민정음 서문에 나오는

'어린 백성'이 실제로는 한자를 읽을 수 있는 사대부들을 가리킨다고 보고 있습니다.

집현전 학자들의 반대와 유교정치 여부와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 유교를 정치이념으로 한다 하여

단 하나의 정책 만이 유교정치에 합치하는 것이 아니며, 조선 시대 내내 늘 관료 대신들은 자신들

각자의 학문적 소신과 유교이념을 갖고 서로 이견을 주고 받으며 대립했습니다.



Second.

학생)

선생님, 여쭤볼 것이 있는데요, 연작상정이 가능해지면서 중소지주인 사림의 경제적 정치적 기반이

강화되었다고 말씀하셨는데, 대지주 역시 연작상정이 가능하므로 소득의 차이는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

아닌가요?

교사)

연작상경입니다. 대지주와 중소지주와의 (경제력) 차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후자의 경제적 기반이

안정화되면서 정치세력화하게 되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대지주는 소수이지만 중소지주는 숫자가

그보다 많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이는 마치 현대 대한민국 역사에서 60-70년대 산업화로 인해

사회적으로 중산층이 성장하면서 이들의 요구를 대변하는 정치적 집단들이 권력 집단화되어간

부분과도 흡사합니다.



Third.

학생)

선생님 부가적으로 궁금한 점이 있어요! 공납과 역의 전세화란 전세처럼 공납과 역을 쌀로 납부했다는

의미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역은 방군수포 현상으로 인해 군포를 납부했는데 전세화라는 설명이 맞는

건가요?

교사)

전세란 토지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하며, 전세의 본질은 토지 소유 면적에 비례하여 내야 하는 세금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양난 후 조선 후기에는 공납과 역의 수취에 있어서 대동법 시행, 결세 징수 등으로

인해 토지에 매겨지는 세금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를 공납과 역의 전세화라 표현한 것입니다. 물론

공납과 역이 완전히 전세와 동일해 진건 결코 아니지만, 본질로 놓고 보면 사실상 전세화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포는 조선시대 옷감으로 돈처럼 쓰였고 쌀이나 포 역시 돈의 기능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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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글:


평가에 관한 학생 공지 글 (2020.06.13 작성)


학기 초에 공지한 데로 한국사B 시험 문제는 수업시간에 설명한 내용 안에서 제작되어 출제됩니다. 참고서나 문제집에 의존하지 않고 수업 시간에 설명된 내용을 충실히 학습하여야 풀 수 있는 문제입니다.

참고로 작년에 선생님이 제작, 출제한 문제를 파일로 첨부합니다. (학교 홈페이지에도 게시되어 있습니다. 다만 문제에 대한 저작권은 선생님에게 있으며 무단 배포, 게시는 저작권법에 위배됩니다.)


작년 선생님의 기출 문제를 보면 알겠지만, 선생님의 문제는 수능문제 "유형"을 본따서 제작하지 않습니다.

시험 문제의 기본 출제 원칙과 철학은 '가르친 내용을 충실하게 담는 것'이며, 수업과 평가의 연계성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교육방송공사에서도 학교 수업을 충실히 듣고 ebs 문제를 풀어볼 것을 강조합니다)

학교 내신 시험이 수능 출제 "유형" 파악에 초점을 두고 제작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현행 교육부의 학교 교육 방향이자, '수능 위주'의 교육은 여러 교육전문가들이 수십년전부터 지속적으로 우려해온 사항이기도 합니다.

"입시 출제 시험 문제의 내용, 형태, 경향 등을 우선시 하여 수업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거나 반복하여 숙달시키는 등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 및 수업 운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과정의 기본 의도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교수-학습 방법도 이루어져야 한다." (김두정, 이병욱, 대학 입시가 고등학교 교육과정 운영과 수업에 미치는 영향, 교육과정평가연구 창간호, 1998)

실제로 문제의 ‘형태’와 관련하여, 수능시험 문제들처럼 지문과 이미지, 도표가 많이 나와야 역사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기 쉽습니다. 심지어 지문과 이미지, 도표가 없으면 단순 암기를 묻는 문제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외형이 아닙니다. 제시된 그러한 지문과 이미지, 도표는 학생들이 정말로 (역사적 기본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토대로) 정확히 독해하고 분석해야 하는 새로운 자료일 수도 있으나, 이미 학생들에게 (다른 참고서나 문제집을 통해) 익숙해진, 그러한 사고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자료일 수도 있습니다.

현실에서 수능 출제위원들이 몇 개월 간 모여서 출제하게 되는 전자의 경우와 달리 학교 내신을 위해 출제하는 문제들은 후자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전자와 같은 문제를 몇 문제 제작할 수는 있지만 (선생님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모든 문제를 그런 식으로 제작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입니다.

학교 내신 시험문제는 그 초점이 수능 문제 유형을 쫓아가기 보다 역사적 기본 사실에 대해 정확히 이해했는지를 평가하는 데에 두어져야 한다고 선생님은 생각합니다. 역사적 기본 사실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되어야 다른 제시된 글이나 자료를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고 응용해서 자신의 의견을 형성하고 자신의 사고력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여러 번 교과서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주어진 글(텍스트)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비판 능력을 훈련하는 것이 수학능력(수능)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데에 있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문제 풀이 위주의 유형 (pattern) 학습으로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 학생의 자기주도 학습능력 향상에 해가 될 뿐 아니라, 수시와 정시로 이루어진 실제 대학입학 준비에 있어서도 소모되는 시간 대비 학습능력 향상이 저조한 비효과적인 공부입니다 (다양한 수시 전형과 수능시험은 기본적으로 학생의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임).

따라서 이번 중간고사를 비롯한 선생님의 내신 시험문제는 위에서 설명한 원칙에 따라 교과서를 제대로 읽고 수업 시간에 설명된 내용을 충실히 학습하여야 풀 수 있는 출제됩니다. 적당히 참고서나 문제집을 풀어보고 그와 비슷하게 문제가 나오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기 바랍니다.

특히 질문에 대해 5지 선다로 기술된 답지 문장들을 정확히 읽어보고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설명하고 강조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바탕 위에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선생님이 발견한 학생들의 문제점 중 하나는 답지를 제대로 읽지 않고 문제를 푸는 것입니다.

끝으로 시험에 관한 문의는 언제든 선생님에게 질문하기 바랍니다.


p.s.) 교사의 출제 방식에 옳고 그름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으며, 현실적으로 모든 교사는 자신의 수업 방식과 내용에 맞게 평가방식을 설계합니다. 교사 개인의 시험 문제 출제 방식은 그것이 교육적 신뢰성과 타당도를 훼손하지 않는다면 존중되어햐 하므로 학생 여러분은 학교 교사의 문제 출제 방식에 대해 안이하게 불평하거나 비교 판단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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