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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eminteacher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사 교육




Near Bangwha Bridge, October 2019



나의 지난 달 칼럼에서 개인주의의 관점에서 본 최근 역사교과서 개정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 글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왜 한국사 교육에서 민주주의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이 아닌, 자유민주주의라는 정확한 표현이 강조되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물론 나는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자로서 내 생각이 절대선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은 인식론적 회의주의이며,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기반 위에 서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 한국이라는 국가가 추구해야할 실용적이고 도덕적인 장기적 철학의 바탕을 담은 국가의 노선을 분명히 밝히는 것은 대한민국사 (the history of the republic of Korea) 교육의 기본 바탕이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 교육 관련해서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를 고집하는 단체들이 많다. 이들이 민주주의만으로 한국 정치사의 흐름을 통일하려는 것은 결국 자유주의 노선에 불편을 느끼는 자신들의 심경을 보여줄 뿐이다.


그러면, 왜 그들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를 고집할까? 결국 사회주의에서 자유주의의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한마디로 얘기해서 자유주의에 회의적인 , 뭐 적대적인 반자유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뭐가 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을 추구하는 시선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결국 사회주의 사상과 이념이 자유주의 사상과 이념과 대립하는 구도를 가질 뿐이며 실제 사회 경제 정책들은 모두 이러한 양극단 사이의 중간 지점 어딘가에 편향적으로 위치되어질 수밖에 없다.


이건 누군가가 이렇게 의도했다기 보다는 근대 지성사와 정치경제사에서 사회주의가 기존의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에 맞선 대항 이데올로기로 기능해온 역사적 맥락에서 그렇게 되었다. 민주주의는 그 두 쪽 모두에서 러브콜을 받아 19세기 후기부터 대부분의 서양 국가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했고, 20세기 사회주의 혁명가들 역시도 민주주의를 외쳤다.


전자는 투표권의 확대와 보통선거 실시에 의한 자유민주주의를, 후자는 민중과 노동자가 주체가 되는 인민민주주의를 의미했기에 민주주의의 의미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것은 바로 후자의 민주주의는 약자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 본질은 사회적 정의를 실현시킨다는 명분 아래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이다.

21세기 한국 사회에도 드러내놓고 자신들의 민주주의가 ‘인민민주주의’라고 표방하진 않지만 바로 위의 후자에 해당하는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집단들이 이제는 사회적으로 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들은 사회적 정의 등 자신들이 추구하는 명분에 개인의 자유가 비용으로 지불된다는 사실에 무감각하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들고, 세금과 벌금 등의 규제를 통해 시장의 경제 행위를 통제하고, 마스크를 써라 백신을 맞아라 등등 사회적 규제를 확대한다. 한마디로 정부의 잔소리가 점점 증가하는 사회를 만든다.


민주주의로 충분하다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민주주의의 본질이 무엇인가? 다양한 답을 할 것이다. 국민의 의사를 토대로 정치의 방향을 결정하고 어쩌고. 그러면 국민의 뜻이라는 게 무엇인가? 결국에는 프랑스 혁명 정신의 선구자였던 루소의 일반의지에 다름 아니다. 다수의 의사인 것이다. 즉 다수결이다. 그러니 항상 여론조사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놓고 이게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한다.


교실에서 학생들이 ‘정치’ 시간에 배우는 민주주의에 관한 내용, 특히 요즘 유행하는 민주시민교육의 핵심은 사실은 모두 자유주의(liberalism)의 철학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방에 대한 존중, 인권 교육의 가장 기본 토대는 다 자유주의와 개인주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사코 개인의 자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인권만 강조해서 인권을 중시하는 민주시민 양성이 교육의 목표라고 주장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왜 개인의 자유라고 하지 않고 인권이라고 할까?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는 개인의 사적 재산권, 계약의 자유, 사적 자치, 자기 책임을 핵심으로 한다. 소유와 자유는 원래 자유주의의 역사의 핵심이다. 이걸 부정하고 싶은 것이다. 인권은 중요한데 사적 재산권은 국가가 공공복리를 위해서 제한할 수 있다는 식으로 현행 사회교과서에서 이런 식으로 가르치고 있다. 즉 결국 인권이 어쩌고 민주화가 어쩌고 하지만, 사회적 명분을 위해 개인의 자유가 희생될 수 있음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의 실체는 사회를 기득권과 민중으로, 가진 자와 못가진 자로 나누고 기득권 집단에 맞서 약자를 지켜야 한다는 매우 그럴듯하게 들리는 논리이다. 하지만 이는 국가의 역할을 (약자라고 주장하는) 민중의 편에서서 이들을 보호하는 사회적 정의 실현의 기구로 인식함으로써 국가의 역할 증대, 즉 큰 정부를 추구한다.


물론 겉으로는 자유를 중시한다. 미국에서도 리버럴(liberal)은 민주당 지지자 혹은 좌파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 liberal은 신기하게도 보수에 저항하고, 보수의 가치에 동의하지 않고 비판하는 자유에만 해당된다. 정작, 차별 금지법 등 오히려 개인의 종교와 사상의 자유를 되려 억압하는 집단주의적 정체성을 오히려 강조한다.


역사적으로 자유주의는 민주주의에 우선한다. 자유주의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20세기 바이마르 민주공화국이 걸었던 길, 즉 국가 사회주의, 즉 나치와 같은 전체주의로 가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교과서에 "개인의 자유"를 보다 명시했으면 한다. 가르칠 때는 보다 분명하게 가르치는 것이 교육방법론의 가장 기본 원리이기 때문이다.





Near Bangwhat Bridge, October 2020





스카이데일리 [배민의 개인주의 시선] 칼럼 기고 글


기사입력 2022-11-15 10:49:02


해당 기사 링크 (온라인): https://skyedaily.com/news/news_view.html?ID=173495


해당 기사 (지면, 2022년 11월 15일): https://www.skyedaily.com/data/skyn_pdf/2022/20221115/web/viewer2.html?file=20221115-30.pdf



* 해당 신문의 온라인 칼럼 및 인쇄된 지면 내용에는 위의 밑줄친 굵은 글씨체 부분은 삭제되어 있다. 그리고 "사회주의가 자유주의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마치 내 글의 요약된 주제인 듯이 생경한 문장이 글 맨 앞에 따로 적혀 있다.

위의 밑줄친 부분을 언론사에서 왜 삭제했는지 모르겠으나, 좀 당황스러웠다. 이 부분 없이 바로 국가 교육 운운하는 논리가 전개되면 마치 내가 대단히 국가주의적 사고에 젖어서 교과서 문제를 보고 있는 것처럼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언론사에서 뽑은 요약 문구도 잘못되어 있다. 문구를 적은 기자 자신의 생각인 듯한데, 사회주의자는 대안을 찾지 않는다. 그들은 사회주의를 자유주의의 대안으로 여길 뿐이다.

사실 좌파도 우파도 그 누구도 민주주의를 '대안'으로 내세우지는 않는다. 민주주의는 그저 전국민 선거권의 실질적 보장을 지향하는 정치 시스템일 뿐이다. 그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 기능을 하는 것이 자유주의 혹은 사회주의이다. 사회주의자가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혐오하는 것은 바로 이 용어를 공식적인 교과서 용어로 인정하게 되면 사회민주주의 (혹은 혁명적 사회주의)의 운신의 폭이 좁아 지기 때문이다.


역사 용어는 하나하나가 다 정치적이어서 정치사 내용은 거의 지뢰밭에 가깝다. 나같은 개인주의자나 시장주의자, 자유주의자는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은 사회주의와 자유주의 사이에 뭔가 중간 지대 혹은 제3의 길 같은 게 있을 거라 믿고, 자신은 사회주의자는 아니지만 자본주의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사회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역사 해석에 동조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온 결과가 현재의 (민주주의를 사용하고 있는) 역사 교과서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회주의와 자유주의는 한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놓고 본질적으로는 대립할 수밖에 없다. 가령 사회 정의나 복지와 관련하여 이론적으로는 다양한 논리와 해석이 주장될 수 있지만, 모든 국가의 정책과 제도는 결국 개인이나 집단들 간의 사적 재산권 행사가 결부된 이해관계의 대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때 국가는 사회주의든 자유주의든 둘 중에서 한쪽의 방향에 우선 순위를 부여하는 정책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것이 본질이다.


인정하자. 우리 모두는 정치적 편향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다만 자기 자신이 인식의 편향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인식(perception)'하는 것과, 철학적 사고 없이, 좌파적 혹은 우파적 레토릭에 선동되어 진영 논리에 파묻힌 채 자신의 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어떤 사상인지 어떤 이념인지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은 다를 것이다. 결국 각자의 의견은 각자의 생각일 뿐, 그것이 '진실'은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제출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