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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eminteacher

의대정원 확대는 공공의료 붕괴의 뇌관



Haengju mountain, July 2020





의대 증원은 과잉 진료로 건강보험제도에 심대한 위협

정부의 의사파업 여론공세는 공포심 이용한 국가 폭력

의료수가·의대정원·건강보험 다차함수 시장원리로 풀어야



최근 전공의 파업 등으로 상징되는 의정 갈등 상황을 살펴보면, 의사들은 의대 증원 문제를 정부가 현재 상황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으로 보고 있고, 자신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는 정부의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강경하게 정부에 맞서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공공의대 신설이든 기존 의대 정원 확대든) 의대 증원이라는 카드를 가지고 의료시장에 함부로 개입하는 것은, 어쩌면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의사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심각하고 장기적인 파괴적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 의대 증원 정책의 핵심 명분인 ‘공공의료 강화’의 실현이 아닌, 정확히 그 반대로 ‘공공의료 붕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의 ‘의료시장’과 ‘공공의료’의 밑받침이 되어온 건강보험 제도에 있다. 한국 의료의 공공성의 중핵은 사실 보건소나 공립 병원이 아니라 바로 건강보험제도 자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간과한다. 영국이나 미국과 달리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는 특히 대외적으로 많은 찬사를 받아왔는데, 지금껏 환자들에게 높은 가성비의 의료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알 듯, 이 건강보험제도는 사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맞물려 아슬아슬하게 지금껏 유지되어 온 매우 취약한 시스템이다. 이 복합적 요소들은 한국의 의료시장, 의대 정원, 의료 수가 등을 모두 포함한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많은 의사들이 주장해온 의료수가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그런 단순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의료의 공공성을 좌우하는,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이 건강보험제도의 복잡한 내면을 감안할 때 현재 의료증원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 한 가지가 분명히 드러나는데, 그것은 한국에선 늘 그래왔듯이 정부도 의사도 ‘의료시장’에 대한 마인드나 통찰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 정부야 좌파 정부다 보니 시장 자체를 무시하고 함부로 개입(intervention)하는 정책을 다반사로 펼치고 있고, 의사는 의사대로 (전통적으로) 의료민영화나 의료시장 등의 자본주의적 경제 시각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경우가 많다.

의료시장의 개념을 이야기하는 것이 의사가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오해해선 안된다. 의료사적 측면에서 (특히 영국이나 미국의 의료 사회사의 관점에서) 의료시장은 의사의 전문직업성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최근의 의대 증원 문제 역시 한국에서 의료시장과 건강 보험 간의 독특한 관계를 이해하지 못할 경우 그 파급 효과를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가령 예를 들어 의료수가를 지금보다 2배로 높인다고 가정하면, 당연히 건강보험료의 대폭 인상 역시 불가피해질 것이다. 또한 환자의 입장에서는 1회당 진찰 시간은 늘어나겠지만 지금보다 훨씬 의사에 대한 접근도(accessibility)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의사는 좀 더 여유 있게 환자를 진찰하게 되고 이는 환자의 진찰 예약 대기 시간이 전반적으로 늘어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아프다고 아무 병원이나 당일 날 찾아가서 초진 받을 수 있는 시절은 끝나게 된다. 내가 유학 시절 영국에서 일반의사에게서 일반진료를 받기 위해 전화 예약하고 일주일 후에야 진찰받을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영국인들이 불행한 것이 아니라 사실 한국인들이 지금껏 호강해왔던 것이다.

그렇다고 떨어진 의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리게 되면, 접근도는 올라가겠지만 건강보험 제도 자체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의료시장에서 공급자의 수가 증가하면 자연히 과잉 진료 빈도는 증가하게 된다. 바로 ‘의사의 전문직업성’, 특히 전문직업적 윤리 (professional ethics)가 도전을 받게 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이는 의사의 인격과 관계없이 경제학적으로 피할 수 없는 현상인데, 이렇게 되면 환자의 의료비를 국가가 상당부분 지원하고 있는 현재의 건강보험 체제는 심대한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정책이 공공의료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여러 변수가 연관된 의료시장의 다차원 함수를 풀어 나가는 데 있어서, 최근 정부가 하는 것처럼 어떤 하나의 문제에 대한 원인을 단순히 그에 상응하는 하나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어 풀어나가고자 하는 환원론적 시각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한 일차 함수적 해결 방식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풍선효과를 필연적으로 초래하며 예측하지 못한 복잡한 부작용을 초래하게 되는데, 이는 19세기 후반 경제학에서 한계 혁명 (marginal revolution) 이후 오스트리아 경제학파(Austrian school of economics)에서 줄기차게 경고해온 경제 철학적 원리이기도 하다.

내가 보기에 의사들은 정부의 지극히 공격적이고 단순한 보건 정책에 당연히 반대해야 한다고 본다. 또 그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역 효과나 치사율의 측면에서) 독감과의 유의미한 차이도 아직 학문적으로 확립되지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Corvid-19) 감염의 위험성을 전가의 보도로 활용하며 비효율적인 방역 정책들을 사회적 비용 (social cost)에 대한 아무런 합의 없이 전 국민에게 강요하면서 정부는 연일 의사 파업에 대한 여론 공세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국민적 공포심을 이용한 국가의 폭력에 가깝다. 안보를 정쟁에 활용하여 공안 정국을 조성하여 정치적 이득을 취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하등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의사들은 의료시장에서 공급자인 자신들의 전문직업성 (특히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켜 나가기 위해 의료수가와 의대 입학 정원 사이의 적절한 타협점을 자체적으로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복잡하기 그지없는 다차 함수인 한국의 의료수가와 의대정원, 건강보험 문제는 결국 의료시장에서 공급자인 의사 자신, 그리고 수요자인 환자, 그리고 시장의 주체 중 하나인 정부 간에 최선의 결과가 ‘자연히’ 도출될 수 있도록 의료시장의 원리가 좀더 제대로 이해되는 가운데 협상이나 정책이 설계되어 가야 할 것이다.

지역 의대 유치를 미끼로 한 교묘한 포퓰리즘적 접근이 그 본질이든 좌파 정치인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사회주의적 목표)을 관철하려는 의도가 그 본질이든, 제발 더는 시장의 메커니즘을 무시하는 반시장적 정책을 보고 싶지 않다. 











스카이데일리(SkyeDaily) 기고

해당 기사 링크: http://www.skyedaily.com/news/news_view.html?ID=111012

기사입력: 2020-08-30 18: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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