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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데일리와의 인터뷰





Near my school, October 2019



[스카이 피플] 역사교사 배민


“제가 학생들에게 항상 이야기하는 원칙이 있습니다. ‘생각은 자유롭게, 태도는 예의바르게’, 친밀보다는 사람과 사람 간의 존중을 강조하고 그러면서도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를 강조한 것이지요. 저는 이 말이 단순히 인간관계에서의 교류와 존중을 넘어 학문을 대하는 태도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권위적인 기존의 시각에 짓눌리지 않고 개인으로서의 자유로운 시각을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치의대를 졸업했지만 교육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역사교육자로 전향해 현 시국의 어려운 교육환경에서도 학생들에게 비판적이고 객관적인 사고를 심어주려 노력하는 선생님이 있다. 현재 숭의여자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배민 교사다.



치과의사에서 고등학교 역사교사로… “가슴 뛰는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배 교사는 치의대 재학 중일 때도 교육에 관심을 갖고 세미나에 참가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대학병원 구강외과에 지원해 인턴을 했지만 항상 이 일이 내게 맞는 것인가 회의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던 그에게 결정적인 계기가 찾아왔다.

“계기는 인턴 시절 수술방에 들어가기 전 들어간 매점에서 발견한 책 제목이었어요. 초코바를 하나 사먹으려고 들어갔는데 가판대에 있는 책이 눈에 들어왔어요.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라는 제목의 책이었지요. 그 책 제목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정말로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있는지 물었어요. 답은 ‘그렇지 않다’였어요. 더 늦기 전에 한번 그렇게 살아보고 싶었죠. 그래서 인턴을 그만두고 입대를 기다리면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 생각하던 차에 사범대학교 학사 편입을 시도하게 됐어요.”

사범대학교에서 역사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다른 과목에 비해 생소한 과목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서였다. 그는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역사학에 더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역사학을 마주하게 됐다.

배 교사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변화된 교육방식에 학생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는 교육방식의 변화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코로나19 대유행이 오히려 학생들이 변화의 물결을 보다 분명하게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교사로서 새로운 상황에 놓인 학생들이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것도 수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저는 수업과정에서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어요. 교과서의 진도를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 동영상 수업을 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학교에 등교해서 교실에서 수업을 할 때는 학생들에게 발표나 질의 응답 혹은 토론을 하는 등의 활동을 하도록 하는 거지요. 수업에서 보다 의미 있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다 보니 이렇게 학생과 학생, 또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이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됐어요.”



“역사교육은 ‘보다 도덕적이고 지적인 개인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나아가야”


배 교사는 역사학에 관심을 둘 때 자신의 기존 전공이었던 의학과 접목시킬 수 있는 의학사를 주의 깊게 봤다. 언뜻 보기에 교육에는 불필요해 보이는 분야인 듯 보이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역사 교육에 있어 중요한 것은 단순히 가르치는 ‘내용’이 아니라 교육자가 가진 역사에 대한 기본 ‘관점’입니다. 역사학을 공부할 때는 어느 분야에 관심을 두든 역사 철학적인 면에서 깊이 있는 시각을 갖추게 돼요. 역사를 가르칠 때도 제 안에 있는 역사에 있는 기본 철학이 교육에 배어나오게 되는 거지요.”

배 교사는 역사란 기술하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편향성을 보일 수 있는 학문이며 그 누구도 역사를 보는 시각에서 정치적 입장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그런데 현재 한국 사회는 정치적 주류 시각으로 확립된 역사적 관점과는 다른 관점을 제기하는 것 자체를 수용하려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조선시대를 설명하면서 지주와 농민을 착취자와 착취당하는 자의 구도로 설명합니다. 일종의 착취와 피착취자를 나누는 맑시즘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죠. 굉장히 편향된 해석입니다. 사실 조선시대 농민들의 몰락과 괴로움의 근본 원인은 지주가 아닌 집단주의적인 성리학 자체에 있었다고 할 수 있어요.”

“당시 성리학이라는 철학을 교조적으로 해석해서 자신들의 집단주의와 정치적 이상을 실행하고자 했던 관료 집단은 어린 시절부터 그런 집단주의적인 정치시각에 매몰돼 있었어요.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인의 노력과 경쟁이 이루어지지 못하자 집단 내부에서 제로섬 게임과 같은 소모적 경쟁이 사회적으로 만연하게 된 거죠.”

“그런데 거대한 집단주의 사회였던 조선의 멸망을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근본적인 원인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교과서에 설명돼 있지 않아요. 그 대신 역사상 존재했던 문제의 원인들을 철저하게 현대의 집단주의적 철학으로 설명하려 하죠. 지주와 농민, 일제와 한국인, 독재 정권과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 등 갈등을 통해서 억압하고 착취하는 집단을 몰아내야 비로소 더 진보할 수 있다는 것이 교과서의 기저에 깔려있는 시각이라고 봐요.”

배 교사는 역사 교과서가 이런 시각에 편향된 서술이 아니라 보다 균형 있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한국사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리학을 남용해 자신들의 정치권력과 사회적 지배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한 당시 지배층의 집단주의성이 현대에 다시 되살아나지 않도록 개인주의와 자유로운 시장경제가 강조되는 교육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사 교과서에서 민족주의적이고 사회적인 시각을 주류로 한 서술이 2000년대 들어 더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근현대사 교육이 교과목에 편제될 때 기존 한국사학계의 주류 시각이 표출됐다는 것이다. 반일·반자본주의 정서가 포함되면서 민족주의적이고 사회주의적인 시각이 대폭 강화됐다. 배 교사는 이와 같은 일이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한국사학계가 이미 수십년 전부터 편향된 시각에 매몰된 상태로 한국사를 바라봤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사를 정치적 필요에 따라 기술하게 하는 일이 사실 특별히 새로운 일인 것은 아니에요. 지배층이 내세우는 역사의 모습은 시대를 가리지 않고 그런 식이었기 때문에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라는 거죠. 아무리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사회라 해도 특정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그 사회의 주류 역사관에 자연스레 투영될 수밖에 없거든요.”



“역사교육이 학생들에게 주류 관점만 전달하는 세뇌 도구 돼서는 안 돼”


배 교사는 2015년 개정 한국사 교과서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측면에서 역사를 연구하는 현대역사학에 반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기존의 교과서는 영역별 분류사 체계를 띠고 사회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했는데 개정 교과서는 사회주의적 갈등론에 바탕을 둔 채 한국사를 인문학적 대서사시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역사교육은 학생들에게 주류의 관점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더 나아가 세뇌시키는 도구가 돼서는 안 되겠죠. 학생들로 하여금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해야 하고 스스로 의문을 던지며 더 나은 답을 찾아갈 수 있게 하는 교육이 돼야 해요. 또 역사 속에서 나타나는 편향되고 불완전한 인간의 사고를 직시하고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해요.”

“제가 바라보는 역사교육의 방향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보다 도덕적이고 지적인 개인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현재 한국의 집단주의적 역사 교육 철학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현재 한국 교육은 혁신학교, 민주시민 교육, 수시 전형 확대 등 학생 개인의 지적 능력 개발보다 공동체적 교육이라고 하는 이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이게 완전히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 개인의 지성보다는 협력이 강조되다 보니 학생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태도가 점점 약화되고 있어요. 그런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배 교사는 학생들이 역사를 공부하는 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많은 학생이 역사 교과서를 정독하기보다는 유형을 모방한 수능식 기출문제 풀이 기계가 되고 있다며 이는 학생들이 애초부터 무엇이 제대로 된 공부인가에 대한 의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는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이 경쟁을 막아야 한다며 사고력 측정을 위한 수능문제를 만드는 정부에 반해 사교육과 다를 것 없이 입시기관화 되고 있는 공교육의 현실이라는 이중성의 괴리라고 생각해요. 정부가 어떤 평가 방식을 도입하든 실제 교사들이 사교육에서 볼 수 있는 유형 위주의 정리된 수업과 문제 풀이로 학생들을 이끈다면 평가 방식은 무의미하게 돼요.”

“올바른 평가란 올바른 수업이 전제가 돼야 하고 올바른 수업이란 올바른 학습이 가능하도록 지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평가는 반드시 수업과 일관되게 이뤄져야 해요. 결국 평가를 논하기에 앞서 수업과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봐야 하는 것이죠.”

배 교사는 올바른 교육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감히 지칭하기 어렵지만 보다 객관적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편향성을 경계하며 학생들로 하여금 교과서를 통해 비판적이고 다양한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청소년기를 거쳐 제대로 된 역사학습을 훈련해 마침내 지적이고 독립된 인격체로써 확립된다면, 점진적인 사회의 진화를 통해 합리적이고 안정된 사회와 자유민주주의의 완성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요. 저 자신 또한 올바른 교육이라는 이상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죠.”

배 교사는 현재 책을 집필하고 있다. 2013년도에 쓴 <우리 안의 개인주의와 집단주의>가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 쉽게 읽히도록 다시 쓰는 것이다. 이를 집필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신이 몸담은 사회의 집단적 편향성을 바로잡는데 일조하고자 하는 ‘인생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배 교사는 밝혔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책을 쓰는 과정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어요. 그런데 제가 사람에게 잘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 탓에 기회를 흘려보낸 것 같아 아쉬움이 남은 한 해였어요. 새해 계획은 더 적극적이고 건강한 한 해를 만드는 것이죠.”


[박정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치과의사에서 역사교사로 전격 방향을 전환한 배민 교사(사진). 현재 숭의여자고등학교에서 역사 교사로 재직 중인 배 교사는 2013년 책과나무에서 출판한 ‘우리안의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저자이기도 하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해당 기사 링크: http://www.skyedaily.com/news/news_view.html?ID=119042 기사입력: 2020-12-31 0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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