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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Baeminteacher

거리감에 대해





(개인주의와 고독의 관계에 대한 단상)




롯데 콘서트홀 (서울)


얼마전 서울 잠실 쪽에서 지인이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 연주회를 관람했다. 아주 먼 뒷 자리에서 관람한 연주였지만 공연장의 뛰어난 음향 시설 덕분에 음악 자체는 거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연주자들의 모습은 너무 멀어서 그 멀리 떨어진 공연 무대와 내 자리의 간격이 주는 거리감은 극복하기 힘들었다. 소극장의 연극 무대에 익숙한 내게는 그렇게 멀리 떨어진 연주자와의 거리는 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사람 사이의 거리도 그렇다. 거리를 극복하려는 노력..

참 쉽지 않다. 억지로 그 거리를 좁히려고 해 보았자 소용 없는 일인 경우가 많다.



자유학원 명일관 강당 (동경)

몇 년 전에 동경의 한 작은 공연장에서 연주회를 관람한 적이 있었다. 강사와 학생들의 발표회 같은 성격의 연주회였다.

연주자와 객석에 앉은 청중이 가까이서 음악을 나누며 시간을 함께 보내는 기분이었다.

연주자였던 그 친구는 공연 후반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객석에 앉아 있던 자신의 어머니 때문이었다. 한 때 자신을 너무나 힘들게 했던, 그래서 절연했던 자신의 어머니와 다시 화해를 하게 된 연주회이기도 했다.



강당 입구

공연이 시작되기 전

그런데 사실 내게는 동경에서 친구의 공연을 보러 간 그 날 보다 그 전날 저녁이 더 기억이 생생하다. 그 전날 저녁 숙소에 여장을 풀고 거리를 걷다가 강가에 사람들이 모여 앉아 강바람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나도 좀 앉아서 쉬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 있다 보니 문득 뒤편에서 음악 소리가 바람에 함께 실려 오는 것 같았다. 궁금하게 생각한 내가 음악이 나오는 곳에 가보니 사람들이 모두 함께 서서 춤을 추고 있었다.

그다지 크지 않은 음악 소리에 맞춰 남녀 노소가 모두 함께 손을 들고 몸을 작게 움직이며 춤을 추고 있었다. 흥겨워 보였다.

잠시 여행자로서의 외로움을 잊고 멍하니 사람들의 춤 추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 보았던 기억이 난다. 기분 좋은 저녁이었다.


개인주의에 관한 책을 쓰면서 개인주의와 관련된 영화를 검색해보게 되었다.

검색해서 나오는 영화들 중 ‘인 디 에어’ (Up in the Air, 2009)가 있었다. 언제 봤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매우 인상 깊었던 영화였다.

그 영화가 왜 개인주의와 관련해서 검색이 되었는지는 알만 했다. 개인주의와 관련한 책은 개인주의에 대해 긍정적인 경우도 있지만, 개인주의와 관련된 영화는 대부분 개인주의의 어두운 면을 다룬다.

그 어두운 면은 주로 고독과 관계 되어 있다.

‘인 디 에어’에서도 그 남자 주인공이 가끔씩 자신과 만나 사랑을 나누던 여자에게 비로소 진지하게 고백하기 위해 집을 찾아갔다가 이미 그녀가 결혼한 여자였음을 알고 허탈하게 돌아서는 장면이 나온다. 내가 제일 인상 깊게 기억하는 장면도 그 장면이었다.


개인주의가 고독과 관련된다는 것을 부인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깊은 두 영혼이 만나서 외로움을 교환하는 일은 결국 개인주의든 집단주의든 모든 인간이 다 바라는 것이다.

집단주의 사회인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결코 한국보다 더 개인주의적인 일본에서 사는 사람들보다 덜 고독하거나 덜 외롭지 않다.

오히려 진정한 개인주의자들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다가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아니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안다.

반면 피상적인 인간관계에 안주하며, 서로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회에서는 개인주의자든 집단주의자든 그 안에 살고 있는 모두는 고독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강 바람을 즐기는 사람들 (동경)

함께 춤을 추는 사람들 (동경)


참고)

앞서 내가 찾아갔던 그 작은 공연장은 사실은 일본 동경의 유서 깊은 기독교계 사립학교인 자유학원(自由学院)의 건물 중 하나인 명일관(明日館) 강당이었다. 이 강당 건물은 1920년대에 미국의 저명한 건축가 프랭크 로이트 라이트 (Frank Lloyd Wright, 1867 – 1959)와 그의 일본인 제자가 디자인한 건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프랭크 로이트 라이트는 미국의 유명한 개인주의 사상가이자 소설가인 아인 랜드(Ayn Rand, 1905 – 1982)의 소설 ‘파운튼헤드(The Fountainhead)의 주인공 하워드 로크(Howard Roark)의 실존 모델로 알려져 있다.







스카이데일리 [배민의 개인주의 시선] 칼럼 기고 글


기사입력 2021-10-19 10:5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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